[현장에서] 무역전쟁 예고편 된 미국 '세탁기 공청회'

입력 2018-01-04 17:45   수정 2018-01-05 06:23

"정치이슈 됐는데 이길수 있겠나"
삼성·LG전자 등 기업은 냉가슴

정치인·월풀·언론 '한패거리' 공세
한·미FTA 재협상도 난항 불보듯



[ 워싱턴=박수진 기자 ]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옆 미국무역대표부(USTR) 별관 1층에서 마지막 ‘세탁기 공청회’가 열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르면 이달 한국산을 포함한 세탁기를 대상으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적용할지 결정한다.

120만 대 수입쿼터를 초과하는 물량에 ‘3년간 50% 관세 부과’라는 미 국제무역위원회(USITC) 권고안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미 제출된 상태다. 이날 쟁점은 두 가지였다. ‘120만 대 쿼터 내 물량’에 대해서도 관세 50%를 매길 것인지, 여기에 한국산 세탁기까지 포함시킬지 여부였다.

원고인 미국 월풀 측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다시는 고율의 관세를 피해 국경을 넘어다니는(한국이 아니라 베트남 등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편법을 쓰지 못하게 한국산까지 포함해 모든 수입제품에 3년간 50% 관세를 매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측은 세이프가드 발동 시 미국도 교역국에 ‘맞보복 조치’를 당할 수 있다고 반격했다. 삼성과 LG의 미국 공장 준공에 차질이 빚어지면 미 근로자에게 손해라며 ‘이성적인’ 조치를 주문했다. 치열한 공방은 4시간여 동안 벌어졌다.

그러나 공청회장 밖에서는 이미 결론이 나는 분위기였다. 한 참석자는 “세탁기 문제가 어느 순간 정치이슈가 돼 버렸다. 이길 수 없는 게임”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는 11월 의회 중간선거를 앞두고 제조업과 일자리 보호를 위해 뭔가를 보여줘야 할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은 ‘불문가지(不問可知)’라는 설명이다.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관세 부과 주장을 말리느라 참모진이 진땀을 흘리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주요 언론도 ‘자국 우선주의’에 편승하는 분위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 세탁기업체들이 세이프가드 발동을 앞두고 미국 수출량을 크게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풀 측은 이 보도를 토대로 “한국 기업이 그런 꼼수를 못 부리게 빨리 조치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려되는 것은 미국의 보여주기식 무역보복이 세탁기에서 끝나지 않을 조짐이라는 점이다. 태양광 패널, 철강과 알루미늄 등 수많은 제품이 어떤 수입규제 조치가 필요한지 결정받기 위해 상반기에 트럼프 대통령 책상 위로 올라가게 된다.

한국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1차 협상(5일)을 앞두고 관계자들이 워싱턴DC에 온다. 이달 중순엔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한·미 FTA 우호여론 조성 목적으로 방문할 예정이다. 미국에 찾아온 100년 만의 한파만큼이나 맹렬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광풍에 단단히 대비하고 와야 할 것 같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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